謹弔

2주 전,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인 친구의 부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친구 녀석도 의사고 동갑내기인 부인도 의사였습니다.

제작년에 친구로부터 술 한잔 하자며 몇번이나 전화가 왔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잠잠하길래 잘 있나보나 했는데 갑자기 상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부인이 몹쓸 병으로 투병중인 것도 몰랐구요…

장례식장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보이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누나인 여자 아이는 눈시울이 빨개져서 아빠 옆에 붙어 있는데 동생인 남자 아이는 아직 상황을 모르는 것 같더군요. 천진 난만한 얼굴로 생글샐글 웃고 있었습니다.

동네 방향이 같은 친구들과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쓸쓸한 야경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아내보다 먼저 죽어야 겠다고 말입니다.

제길… 이런 아픈 일은 왜 하필이면 착한 사람들한테 더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20만권 출판한 필립 파커 교수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아 20만권이라는 양의 책을 출판한 필립 파커(Philip M. PARKER)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유럽과 싱가포르에 캠퍼스를 둔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인 그가 어떻게 20만권의 책을 출판했느냐? 물론 일반적인 저술, 편집, 인쇄 및 배포같은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넷으로 수집한 정보를 지지고 볶아서(?) 책을 만드는(정확히 말하지면 책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퍼다가 만드는 것은 아니고 프로그래머들을 고용(6~7명이라고 하네요)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프로그램들이 특정 키워드나 주제를 검색엔진에서 검색한 후에 알고리즘에 의해서 책의 형태로 편집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사용된 컴퓨터가 60~70대라고 하는 걸 보면 수십대의 서버를 이용해서 검색엔진에서 자료를 추출한 것 같습니다.

그의 저서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받아 이용하는 전자책(e-book)의 형태로 출판되어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지만, 독자들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인쇄를 해서 판매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인쇄도 일반적으로 출판할때 사용되는 오프셋 같은 인쇄 방식은 아니겠지요. 그는 내 책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은 수백 부가 팔리기도 했으며, 내가 낸 책들을 모두 모으는 의학 도서관도 있다고 말했답니다.

여기서 출판 비용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을 한권 출판하려면 저자가 있어야 하고, 그 저자의 저작물을 출판사에서 편집하고 이것을 다시 교정/교열해서 책으로 디자인하여 인쇄를 합니다. 보통 초판의 경우 2천부 정도 인쇄를 하죠. 아무리 허접한 책이라도(저자의 인세를 제외하고도) 제작비만 1천만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하고 나면 적자상태가 되며 보통 2쇄나 3쇄를 거치면서 흑자로 전환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은 거의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 자동으로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초기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많은 돈이 들기는 했겠죠? 그래도 20만부 출판이면(정확히 몇개의 eBook과 몇권의 프린트를 판매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음) 벌써 본전을 뽑았고, 앞으로 계속 잘 번다고 봐야겠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어떤 주제의 책을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역시 일반적인 주제가 아니고 매우 좁은 특정 분야에 대한 주제를 다룹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은 예를 보여줍니다.

  • 여드름 환자 자료집 (24.95달러·168쪽)
  • 스티클러 증후군: 내과의사, 환자, 게놈 연구자들을 위한 참고문헌과 사전 (28.95달러·126쪽)
  •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인도의 술 달린 작은 양탄자, 욕실 매트 등의 판매에 관하여 (495달러·144쪽)

제목을 보면 마치 인터넷 광고의 니쉬(niche) 키워드와 흡사합니다. 사실 별 다를 게 없습니다. PPC나 Contextual 광고가 아닌 책의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말입니다.

인터넷으로 수집한 정보를 모아 책을 만들어 판다면 사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역시 그는 당당합니다. ‘인터넷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 책을 살 필요 없습니다. 내 책은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했답니다. 윤리나 저작권법에 대한 얘기는 기자가 물어보지도 않았나봐요… ^^



고작 10주가 뭡니까?

경제개혁연대 직원 신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명의의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낸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고 합니다.

회사는 주주명부를 회사에 항상 보관해야 하며 주주의 요청이 있을때는 열람을 허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열람이 아니라 등사 즉 복사까지 요구한 것입니다. 그것도 10년 전 주주명부까지 말입니다.

목적은 당연히 태클을 걸기 위함인데, 대주주 및 임원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을 취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재판부가 “신청인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이사들의 책임을 무는 소송을 내려 하나 이런 가처분 신청 없이도 소송은 낼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씨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목적이 아닌 다른 정치적인 목적으로 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주주명부 열람·등사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1998년 등 과거의 주주명부 열람도 신청했는데 회사는 과거의 주주명부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소액주주를 모아서 소송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10년이 지난 주주명부가 필요할 이유가 있을리가 없겠죠. 아마 지난 10년간의 주주명단을 뒤져서 지분의 흐름을 낱낱이 파악하고 싶었나 봅니다.

신씨의 직업이 그렇다 보니 그래야 할 이유도 있는 거겠죠. 웃기는 건 신씨의 보유 주식이 겨우 10주라는 겁니다. 물론 1주만 소유해도 엄연한 주주이고 주주로써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씨의 경우는 이 10주의 주식을 투자수익을 위해서 산 게 아니라 주주명부를 열람 및 등사해서 회사에 태클을 걸 목적으로 산 것입니다. 일종의 위장 주주가 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 좋습니다. 그런데 고작 10주가 뭡니까? 적어도 한 100주는 되야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