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마취는 필요 없다

오늘 건강 검진을 받았습니다. 생애 전환긴지 뭔지 무료로 받는 게 있다고 해서 몇가지 옵션을 추가해서 받았습니다. 무료에 위내시경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기에 용기를 내어 받기로 했습니다.

왜 용기가 필요하냐구요?

일단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사람들의 경험담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흔히 수면위내시경이라는 마취의 도움을 받으면 통증이 없다고는 하지만 마취 자체가 오히려 더 무섭더라구요.

  • 모 교수님: 죽어도 위내시경 검사는 다시 받지 않겠다.
  • 모 어르신: 둘 다 해봤는데 가급적 수면내시경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 모 아줌마: 둘 다 해봤는데 마취 안 하면 무지 아프다.
  • 담당 의사: 수면으로 하면 5만원이 추가되는데 한번 해보면 다음부턴 5만원이 아깝지 않다는 걸 알게 될것이다.

고민 끝에 마취 없이 그냥 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마취 자체가 싫고, 둘째는 얼마나 아픈지가 궁금해서였습니다.

그럼 위내시경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보겠습니다.

다른 검사와 마찬가지로 검사 전에는 2~3일간 금주를 해야하고, 전날 저녁을 7시경 가볍게 먹고, 이후로는 금식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틀 전까지 술 퍼마시고, 검사 전날도 9시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와서 밤 9시가 넘어서 밥 잔뜩 먹고 반찬으로 불고기도 많이 먹었습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금연할 것이며, 가급적 물도 마시지 말아야 하며, 푹 쉬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새벽 4시까지 영화보고, 계속 물 마시고, 담배도 계속 피웠습니다. 검사 당일 아침에는 물은 한모금 마셨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았습니다. (왕짜증…)

내시경 검사에 앞서 일반적인 검사 즉, 채혈, 엑스레이, 심전도, 초음파 등의 검사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시경 과정입니다.

일단 엉덩이에 주사를 한 방 맞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내시경 검사 전에 구역질 등의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 같습니다. 주사에 대한 얘기는 잠시 후 다시 나옵니다. ^^

그리고 입을 벌리고 목구멍쪽에 약을 스프레이하는데 아마 국소마취제 같습니다. 잠시후 목구멍쪽이 얼얼한게 감각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리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입에 구멍이 난 플라스틱을 물리고 내시경을 삽입합니다. 의사가 힘들어도 호스를 삼키라고 하는데 솔직히 목구멍이 아까 스프레이 한 약 때문에 얼얼해서 삼키고 싶어도 삼킬 수가 없습니다. 꼴에 사진 전공이라고 내시경이 전송하는 영상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를 보려고 고개를 자꾸 들었더니 간호사가 머리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눌러댑니다.

아프지도 않고, 구역질도 안나고, 그냥 뭐랄까… 그냥 몇분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지나자 끝났다면서 호스를 뽑더군요. 침도 별로 안 흘렸습니다.



나: …
의사: 끝났습니다.
나: 이게 다에요?
의사: …
나: 이거 때문에 사람들이 마취를 하나요?
의사: 다시 해드릴까요?
나: !@#$%

정말입니다. 하나도 안 아픕니다. 너무 싱겁게 끝났습니다.
여자들이 애 낳을때 아프다는 것도 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내시경보다는 내시경 전에 맞은 주사가 더 아픕니다. 아직도 엉덩이가 뻐근합니다. 검사 후에도 1시간은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그러더군요. 실험 삼아 가게에 가서 캔커피를 사서 마셔봤는데 멀쩡합니다. 담배도 물론 아무런 문제 없이 피울 수 있습니다. 와이프랑 떡볶이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위 내시경 할 기회가 있으시다면 마취 없는 그냥 내시경으로 하실 것을 강추합니다.
다음에는 대장내시경을 마취없이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