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뭐 불혹이 나이 마흔을 의미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얼마 전 김우승 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평상시에도 상식도 짧고, 한자를 잘 몰라서 엄청 불편하고 창피함)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위정편(爲政篇)〉에 언급된 내용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는 미국에 있을때라서, 한국에서 20대 마지막 겨울을 불사른다며 놀러다니는 친구들을 캘리포니아의 시골 마을에서 혼자 마냥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부러워 할 대상도 없고, 뭘 부러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40에서 50 넘어가는 것 보다야 낫다고 혼자 위안을 하며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린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다.

얼마전에는 중앙대 안성 캠퍼스에서 연극학과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데 내가 모르는 몇 명의 학생들이(연극학과 학생들로 추정) 나를 보고는 꾸벅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황당한 마음에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고 화장실에 가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예전에는 대학에 강의 나가는 친구들이 모이면 어려보이는 덕에(혹은 스타일이 젊어서?) 가끔 복학생으로부터 후배 취급을 받거나, 강의 첫 날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학생 취급(?) 받는다며 자랑삼아 떠들고는 했었는데…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아무리 젊게 봐 줄래도 더 이상은 학생으로 안 보인다.

피부는 주글주글, 거무틱틱하고, 이젠 새치가 아닌 흰머리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한다. 머릿결은 점점 가늘어지고, 주름의 골들은 점점 더 깊어진다. 거기다가 인상은… 아무리 봐도 인생을 곱게 살아온 인상은 아니다. 사람은 자기 인생에 책임이 있듯이 자기 인상에도 책임이 있다고들 하던데, 후후…

오늘은 내 생일이다. 우승 씨 말처럼 만으로 하면 머 어쩌구 해서 30대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